개발자 3년차, 커리어 진단 받아봤습니다 (feat. 웨이마크)
커리어 진단을 하게 된 이유
어느덧 개발자로 일한 지 2년이 넘었다. 그리고 난 개발을 별로 안 좋아한다😅
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고, 첫 회사 다닐 땐 뭘 맡아도 재밌었다.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, 지금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던 시절 ..
그 열정이 꺾인 건 첫 이직 이후다. 배포 일정과 함께 내려오는 기획, 아무리 챙긴다고 해도 놓치는 예외 케이스나 타팀 요청 필요 사항 등이 쏟아지고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연속되는 쫓김에 시달려 불안감과 압박감만 쌓여만 갔다. 게다가 난 개발을 안 좋아하는 터라 점점 이 직무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.
그래서 개발이 안 맞는건지, 이 회사가 안 맞는건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!
어떻게 알았는지 인스타 광고로 계속 떴어
선택한 검사: 웨이마크 직장인 커리어 핏 진단 검사
전에도 인스타 광고로 자주 뜨기도 했고, 해외 검사보단 일단 한국에서 진행되는 검사가 정서랑 맞을 것 같아서 진행하게 됐다.
1) 검사 진행
검사는 총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고, 검사 시작 전에 내가 하고 있는 직무,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고르도록 한다.
완료하면 아래와 같이 전문가의 분석 과정으로 넘어간다.

2) 검사 결과
검사 결과는 3일 이내에 발송된다고 했는데, 딱 3일이 되던 날에 결과 리포트가 전송되었다는 카톡 알림이 왔다.
검사 결과 리포트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.

- A. 직무건강 상태 — 몰입, 만족, 효능감, 번아웃
- B. 핵심가치 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
- C. 심리자원 — 가치 실현을 돕는 강점/보완점
- D. 조직문화 적합도 — 나에게 맞는 조직문화
- E. 직무 적합도 — 나에게 맞는 직무 순위
솔직히 처음엔 "무슨 심리검사 하나로 이렇게까지 세분화해서 보나" 싶었는데, 막상 받아보니 페이지 수가 60페이지에 육박해서 놀랐다. 하나씩 까보자.
3) 나의 직무건강 상태 — 번아웃 지수가 유독 높게 나온 이유
가장 먼저 나온 게 직무건강 상태였는데, 여기서부터 뭔가 뜨끔했다. 측정 항목은 이렇게 네 가지였다.
- 몰입 (Engagement) — 일에 흥미를 느끼며 몰두하는 정도
- 만족 (Job Satisfaction) — 업무·직무 환경에 대한 만족감
- 효능감 (Professional Efficacy) —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기 믿음
- 번아웃 (Burn-out) — 신체적·정신적 소진 상태
결과만 요약하면 몰입·만족·효능감은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보다 눈에 띄게 낮았고, 번아웃 지수는 반대로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. 특히 만족도 항목은 백분위로 보면 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었는데, 이 숫자를 보고 나서 오히려 좀 후련했다. "아, 내가 유난 떠는 게 아니었구나" 싶어서.
리포트에서 재밌었던 건 그냥 전체 평균이랑만 비교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두 가지 비교군을 따로 보여준다는 점이었다.
- 유사직군 대비 — 나와 비슷한 직무를 하는 사람들과 비교
- 유사연봉군 대비 — 나와 비슷한 연봉대의 사람들과 비교
나랑 비슷한 연차·직군·연봉대의 사람들이랑 비교해도 몰입·만족·효능감은 확연히 낮은 편이었고, 번아웃만 유독 높게 나왔다. 이 정도면 "이 정도 힘든 게 이 직무를 하면 다들 겪는 성장통"이 아니라 내 상황이 특히 안 좋은 편이라는 뜻이라 오히려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됐다.
리포트에 적힌 설명 중에 이 문장이 좀 와닿았다.
몰입이 낮은 상태에서는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.
4) 나의 핵심가치 — 1위 안전, 2위 관계
핵심가치 파트에서는 아래 6개 유형 중에서 내가 어디에 가장 무게를 두는지 보여준다.
- 합리 지향 — 감정보다 논리에 근거한 판단을 중시
- 성취 지향 — 높은 목표와 성과 달성에서 만족감을 느낌
- 흥미 지향 —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추구
- 안전 지향 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만족감을 느낌
- 자율 지향 —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추구
- 관계 지향 — 사람들과의 관계와 배려를 가치롭게 여김
내 결과에서 가장 높게 나온 건 안전 지향, 그다음이 관계 지향이었다.
안전 지향형 설명을 읽는데 완전 내 얘기였다. 위험 요인을 미리 확인하고 대비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성향이라는데, 배포 전에 항상 예외 케이스를 몇 번씩 다시 확인하고 계획에 없던 변수가 생기면 유독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편이라 격하게 공감했다.
근데 사실 이건 백엔드 개발자로 살아가는 이상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거긴 하다. 장애 나면 제일 먼저 원인 파악해야 하는 자리니까 예민하게 대비하는 습관 자체는 오히려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고. 다만 그 대비하는 마음이 평상시에도 계속 긴장 상태로 남아있는 게 문제였던 것 같다.
5) 나의 심리자원 — 공감력은 강점, 마음인지력은 보완 필요
심리자원 파트는 아래 6가지를 보고, 내가 지금 잘 갖추고 있는 자원과 앞으로 키워야 할 자원을 알려준다.
- 회복력 — 스트레스 상황에서 탄력적으로 회복하는 능력
- 마음인지력 — 내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능력
- 공감력 — 타인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
- 유연/대처력 —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
- 행동력 —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
- 신념추구력 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대로 밀고 나가는 힘
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공감력과 신념추구력 쪽이었고, 상대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자원으로는 마음인지력이 꼽혔다.
리포트에는 "이게(=마음인지력) 낮으면 감정과 생각에 쉽게 휩쓸리고, 부정적인 감정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다가 의도치 않게 감정적인 결정을 하게 될 수 있다"는 설명이 있었다. 돌이켜보면 나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"지금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"는 걸 한참 지나서야 알아차리는 편이었다.
💡 리포트에서 제안한 마음인지력 강화 팁
- 하루 마무리할 때 짧게라도 오늘 느낀 감정 기록하기
- "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지?"를 하루에 한 번씩 스스로 질문하기
요즘 이 두 가지를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다.
6) 나에게 맞는 조직문화 — 협력 중심, 근데 지금 회사는 체계 중심
조직문화 적합도는 퀸의 경쟁가치모델이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아래 4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분석해준다.
- 협력 중심 — 공동체를 지향하며 협력과 헌신을 중시
- 혁신 중심 — 창의적이고 유연하며 새로운 시도를 격려
- 체계 중심 — 명료한 시스템과 규율을 따르는 문화
- 목적 중심 — 명확한 목표와 성과 달성에 초점
내 개인 성향은 협력 중심 문화가 가장 높게 나왔는데, 재밌게도 현재 다니는 회사의 조직문화는 체계 중심으로 나왔다.
| 구분 | 나 | 회사 |
| 가장 높은 문화 유형 | 협력 중심 | 체계 중심 |
| 특징 | 인간관계, 팀워크, 지지적 환경 | 규칙과 절차, 명료한 시스템 |
둘의 유사도는 "보통" 수준이라 당장 못 다닐 정도는 아니지만, 리포트가 짚어준 설명이 정확히 지금 내 상태를 설명해줬다. 조직의 분위기나 의사소통 방식에 때로 불편감이 들 수는 있지만, 전반적으로 직장 생활에 큰 장애가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요지였다.
딱 이거다. 못 견딜 정도는 아닌데 계속 살짝살짝 안 맞는 느낌. 협력 중심 조직문화와 잘 맞는 내 특징을 정리하면 이렇다.
- ✅ 동기부여 포인트: "함께 성장", "탄탄한 팀워크" 같은 키워드
- ✅ 선호하는 리더십: 지지와 코칭을 아끼지 않는 리더
- ⚠️ 스트레스 요인: 직/간접적인 갈등 상황
특히 갈등이 스트레스 요인이라는 부분은 앞서 나온 관계 지향 핵심가치랑 결이 딱 맞아떨어졌다.
7) 나에게 맞는 직무 TOP 5 — 개발이 없다 🥵
가장 궁금했던 파트. 심리 역량 기반으로 13개 직무 순위를 매겨주는 항목인데, 결과를 보고 좀 놀랐다. 지금 하고 있는 SW 엔지니어 직무보다 고객경험 관리, 세일즈, 경영지원처럼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직무들이 훨씬 상위에 있었기 때문이다.
이유는 상위 역량 목록을 보면 좀 이해가 됐다.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이런 것들이었다.
- 공감/수용력 — 고객 관점에서 비판단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
- 친화력 —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
- 책임/신뢰성 — 맡은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능력
리포트에서는 이런 역량을 갖추면 "고객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고객 관점에서 비판단적으로 이해하여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,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 구축을 뒷받침하는 자원이 된다"고 설명했다.
반대로 순위가 가장 낮았던 직무는 제품기획 쪽이었는데, 요구 역량이 혁신/창의력, 리더십능력, 성취추구력 쪽이라 내 안전 지향적 성향이랑은 확실히 결이 안 맞긴 하다.
검사를 받아보고 든 생각
솔직히 검사 전에는 "개발이 안 맞는 건지 회사가 안 맞는 건지" 둘 중 하나로만 생각했는데, 리포트를 다 읽고 나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. 정리하면 이런 흐름이다.
- 나는 안전 지향 + 관계 지향 성향이 강한데
- 지금 하는 개발 직무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고
- 지금 다니는 회사 조직문화는 체계 중심이라 나의 협력 중심 성향과 살짝 어긋나 있고
- 그 결과로 몰입/만족/효능감은 낮고 번아웃은 높은 상태가 만들어진 것
즉 "개발이라는 직무 자체"보다 "지금의 업무 환경과 내 성향의 미스매치"가 더 큰 원인이었던 셈이다.
다음 글에서는 이 결과를 가지고 실제로 이직/직무전환을 고민해본 과정을 좀 더 써보려고 한다. 비슷하게 번아웃이나 직무 고민 중이신 분들은 참고삼아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.